작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또르르 굴러 나오는 ‘캡슐 토이’를 아시나요? 우리 나라에서는 흔히 ‘뽑기’라고 부르죠. 그런데 이 캡슐 토이는 최근 일본 Z세대의 최애템이에요. ‘라인 리서치(LINE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가 1년간 구매한 상품 중에서 ‘캡슐 토이’가 4위를 차지(2022년 9월 기준)했다고 해요. SNS에서도 각자 모은 캡슐 토이를 자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죠.
캡슐 토이는 흔히 일본에서 ‘가챠가챠’, ‘가샤폰’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사실 가샤폰이라는 이름은 일반 명사가 아니에요. 캡슐 토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반다이’에서 만든 브랜드 이름이죠. 손잡이를 ‘찰칵(가샤)’ 하고 돌리면 ‘퐁(폰)’하고 나온다는 데서 따왔어요.
가샤폰이 최근 들어 더욱 상승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가 꽤 길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을 거예요. 1977년 처음 출시된 가샤폰은 막과자점 앞, 쇼핑몰 통로, 화장실 앞에서 주로 고객들을 만나왔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모든 것이 진화하는 법. 가샤폰은 점유율 1위답게 장소도, 제품도, 기계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요. 어떻게냐고요?
가샤폰 미리보기
• #1. 장소의 진화 - 틈새 비즈니스, 백화점으로 진화하다
• #2. 제품의 진화 - 캡슐 토이가 캡슐 밖으로 나온 사연
• #3. 기계의 진화 - 기계로 미리 보는 가샤폰의 미래
• 설렘과 체험까지 판매하는 캡슐 토이
새 출발을 앞둔 사람에게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건넬 때 흔히 ‘꽃길 걸으세요’라고 하죠. 그런데 일본 한 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다른 길을 걷게 됐어요. 이른바 ‘가샤폰 길’이죠. 사회 초년생을 위해 특별한 길을 준비한 것은 ‘반다이남코 그룹’이에요. 여기서 가샤폰은 반다이가 만든 캡슐 토이를 가리키는데요. 손잡이를 ‘찰칵(가샤)’ 하고 돌리면 ‘퐁(폰)’하고 나온다는 데서 따온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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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샤폰 길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반다이남코가 2024년 4월에 열린 그룹 합동 입사식에서 신입사원을 위해 준비한 깜짝 이벤트의 일환이었어요. 최근 가샤폰이 신입사원이 속한 Z세대에게 사랑 받고 있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회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는 중요한 날이니 만큼, 더욱 설레는 입사식을 만들고자 기획한 사상 최초의 행사였어요.
입사식 당일, 회장으로 향하는 통로에는 가샤폰 자판기가 양쪽에 줄지어 진열되어 있었어요. 자판기 전면에는 각 계열사 대표의 얼굴 사진과 함께 신입사원을 향한 축하 메시지가 적혀 있었죠. 회장 안으로 걸어가던 신입사원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고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어요.
반다이남코만의 가샤폰 활용법은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반다이남코 홀딩스의 카와구치 마사루 대표가 신입사원에게 인삿말을 건네는 장면에서는 높이가 약 2m나 되는 대형 가샤폰이 등장했어요. 캡슐 안에는 그가 일을 할 때 특히 중요시 여기는 좌우명들이 적혀있었죠. 그는 손잡이를 돌려 캡슐을 꺼낸 뒤 좌우명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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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식이 종료된 후에도 서프라이즈는 계속됐어요. 회사에서는 이 날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가샤폰을 신입사원에게 서프라이즈로 선물했죠. 이는 신입사원보다 좀 더 일찍 입사해 먼저 일을 하고 있는 선배 사원들이 일할 때 중요시 여기는 모토를 가샤폰화한 거예요. 랜덤으로 마주하는 가샤폰 속 말 한 마디가 신입사원의 버팀목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죠. 물론 모든 말들이 반다이남코 그룹이 일하는 자세나 태도를 알려주는 수단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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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반다이남코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화제를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캡슐 토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기업다운 입사식이었다는 평을 남겼죠. 그런데 수년 간 캡슐 토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는 반다이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에요. 반다이는 트렌드에 맞춘 다채로운 캐릭터와 풍부한 라인 업은 물론, 시대의 흐름을 미리 반영한 ‘미래의 가샤폰’을 선보이기도 하죠. 차세대 캡슐 토이 시장에서도 앞서가는 반다이의 성장 전략을 살펴 볼까요?
#1. 장소의 진화 - 틈새 비즈니스, 백화점으로 진화하다
‘가챠가챠’, ‘가샤폰’ 등의 이름으로 통칭되는 캡슐 토이는 일본에서 그야말로 붐이에요. Z세대 등 일부 세대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원하는 캡슐 토이를 얻기 위해 외국에서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죠. 전문점을 오픈하는 경쟁자도 워낙 많아 가히 ‘캡슐 토이 전국 시대’라 불리는 수준이에요.
일본에서 캡슐 토이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어요. 1965년에 미국에서 처음 수입되어 막과자 가게 앞에 놓여 있는 자판기에서 판매되었던 것이 시초로, 역사가 반세기 이상이죠. 주로 초등학생 남자 아이 중심으로 탄탄한 시장을 형성해 온 캡슐 토이 자판기는 그 이후로도 쇼핑몰 통로나 화장실 앞, 역 내 틈새 공간에 주로 설치됐어요. 유휴 공간을 활용한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동시에 단점도 나타났죠. 캡슐 토이를 좋아하는 젊은 층의 여성이 마음 놓고 즐기기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캡슐 토이는, 쇼핑몰의 공유 통로나 역 구내에 설치되어 거기를 방문한 사람이 우연히 돌려보는 ‘틈새 비즈니스’로 번창해 왔어요. 하지만 그렇다보니 노상 한 구석에 있는 상품을 찾는 것에 대해 저항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여성도 많았죠.”
-마에다 카즈야 벤더 영업부 제너럴 매니저,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인터뷰 중에서
반다이는 ‘매장’에 변화를 주어 본격적으로 캡슐 토이 산업의 메인 타깃을 확장하기 시작했어요. 2020년 8월, 매장 변혁을 일으키자는 차원에서 세상에 있는 가샤폰을 다 모을 기세로 ‘가샤폰 백화점’을 열었죠. 매장 면적이 더 넓어진 건 기본, 분위기까지 밝고 깨끗해지자 구매 환경은 단번에 개선됐어요. 근래 들어 캡슐 토이 붐을 주도하고 있던 20~30대 여성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매장에서 마음껏 가샤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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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샤폰 백화점’은 지금껏 가샤폰에 흥미가 없었던 사람에게도 좋은 진입 통로가 됐어요. 예전이라면 가샤폰이 한 장소에 몇 대 있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가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전문점이 생기면서 한 장소에 다양한 상품이 모이자 새삼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된 거죠. 코어팬과 일반 대중 모두를 끌어당기는 장소가 된 거예요.
“’가샤폰 자판기 대수가 이렇게 많다면,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보물찾기 같은 감각을 즐기는 고객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나, 우연한 만남과 같은 재미는 일찍이 장난감 가게에서 맛봤던 감각과 가깝죠. 사람들이 마치 잡화점을 순회하는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 사사키 쇼지 벤더 영업부 벤더 개발과 매니저, IT미디어 인터뷰 중에서
또, 가샤폰 백화점 안에는 자판기만 있는 게 아니라 한 구석에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이건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에요. 가샤폰 백화점을 방문한 사람들이 매장에서 일단 뿔뿔이 흩어졌다가 각자 뽑은 상품을 들고 다시 집합하는 장소죠. 사람들은 이곳에서 서로 무엇을 뽑았는지 품평을 하기도 하고, 조립형 가샤폰을 뽑은 경우 자리에서 제품을 조립하기도 해요. 이처럼 가샤폰을 구매했다고 끝이 아니라, 그 후에도 가샤폰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공간을 마련했죠.
게다가 반다이는 가샤폰 백화점마다 서로 다른 포토 부스를 설치했어요. 사람들이 자신이 구매한 가샤폰을 내려놓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요. 촬영 배경은 공원, 우주, 교실, 관광지 등 다양한데요. 반다이에서는 이를 두고 ‘물건 구매만이 아니라, 경험 소비까지 누릴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요.
가샤폰 백화점의 집객력은 대형 상업 시설 내 주변 매장까지 파급 효과가 발생할 정도로 커요. 보통 이런 쇼핑몰에서는 사람들이 구석진 곳까지 갈 일이 없는데, 멀리서 일부러 가샤폰 백화점에 찾아온 고객들이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놀이시설에서 노는 등 주변 시설에도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죠.
매출은 어떻냐고요? 반다이에서 기존에 목표로 삼았던 수치의 2배를 달성해 ‘기분 좋은 오산이었다’는 평을 받았어요. 가샤폰이 무려 3천개나 있는 ‘가샤폰 백화점 이케부쿠로 총본점’에서 인기 상품은 하루 1만개가 팔릴 정도죠. 이곳에서 사람들이 가샤폰 자판기를 돌리는 횟수는 월 8만 회(2022년 기준)에 이르고요. 상승세를 탄 가샤폰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울리는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하고 있어요.
#2. 제품의 진화 - 캡슐 토이가 캡슐 밖으로 나온 사연
가샤폰 백화점에서는 ‘백화점’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다양한 가샤폰을 만나볼 수 있어요. 반다이에 캡슐토이를 공급하는 제조사는 약 50곳 정도로, 한달에 200개 내지 300개 가량의 아이템이 새롭게 출시되죠.
이 중 특히 수요가 높은 상품은 캐릭터 상품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주로 화제가 되는 것은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독특한 상품이죠. 대표적인 예시는 ‘버스 하차 버튼’이에요. 실제 상황이라면 버스에서 내릴 때 이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르는 사람은 없는데요. 캡슐 토이라면 누구나 무제한으로 버튼을 눌러 계속 하차음을 들을 수 있어요. 사람들은 이렇게 일상과 관련 있는 소재에서 친숙함을 느껴 SNS에 구매 후기를 올리며 즐거워하곤 하죠.
가샤폰은 소재만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캡슐 자체도 해마다 진화해요. ‘캡슐리스 토이’가 대표적이죠. 보통 캡슐토이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 캡슐 안에 넣어 판매되기 때문에 제작 시 크기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예 캡슐을 제품의 일부로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도라에몽 캡슐토이의 경우, 도라에몽 머리가 캡슐이 되고, 내부에 들어있는 부품을 조립하면 총 9cm 크기의 피규어가 완성되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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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직경이 최대 7.5cm인 캡슐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어 상품 개발이 한결 자유로워져요. 그런데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에요. 비용도 절감할 수 있거든요. 가샤폰의 가격은 통상 100엔(약 1,000원)에서 500엔(약 5,000원) 사이인데, 구입 후에 바로 버리게 되는 캡슐도 상품 원가에 포함되어 있죠. 하지만 캡슐리스 토이라면 절감한 ‘캡슐’ 비용을 그대로 상품에 환원할 수 있어요.
한편, 반다이는 2021년 1월에 1회 당 최대 2,500엔(약 2만5천원)이나 하는 브랜드 라인인 ‘프리미엄 가샤폰’을 론칭하기도 했어요. 당시 가샤폰의 가격 상한액이 500엔(약 5천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죠.
그런데 반대로 생각했을 때, 왜 가샤폰의 상한액은 500엔(약 5천원)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가샤폰 자판기 때문이에요. 기존 자판기의 아날로그식 판별 기능으로는 500엔(약 5천원)짜리 동전을 동일한 크기의 해외 동전과 구별할 수가 없었거든요. 부정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보니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반다이는 디지털로 동전을 판별하는 기능을 새롭게 도입한 동시에 최대 2,500엔(약 2만5천원)까지 넣을 수 있는 가샤폰 자판기를 개발했어요. 그것이 프리미엄 가샤폰의 시작이었죠.
가샤폰을 구매하는 고객이 아이에서 어른까지 폭넓게 확대된 점도 프리미엄 가샤폰 개발에 한 몫했어요. 프리미엄 가샤폰 라인은 크기를 키우거나,정교함을 강조하거나, 지금까지 없었던 장치를 새롭게 넣는 등 고부가가치 상품 위주로 구성되어 성인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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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그대로의 장난감’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가샤폰이지만, 최근 들어 급속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시대 변화에 솔선수범해 대응해 나가고 싶죠.”
-콘도 하지메, 반다이 벤더 사업부,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인터뷰 중에서
한편 가샤폰의 ‘희소성’은 또 하나의 인기 비결이에요. 가샤폰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다른 곳에서는 구하기가 힘들 거든요. 게다가 한번 판매된 아이템은 재판매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한번 발견했을 때 구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기도 하고요. 그러니 매월 수백개의 신상품이 나오는 가샤폰 백화점에 주기적으로 방문할 수 밖에 없어요.
#3. 기계로 미리 보는 가샤폰의 미래
반다이는 가샤폰 자판기는 물론, 결제 방식까지 직접 자사에서 개발함으로써 전에 없던 독특한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가샤폰 자판기가 진화하면 할수록 반다이가 개발할 수 있는 가샤폰의 폭도 넓어지죠.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플랫가샤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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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샤폰 자판기에 돈을 넣고 손잡이를 돌렸을 때 또르르 떨어지는 캡슐은 둥근 형태예요. 그런데 반다이에서는 2022년 3월, 이 고정관념을 뒤엎는 신기종인 ‘플랫가샤폰’을 출시했죠. 플랫가샤폰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얇은 형태의 상품이에요. ‘귀멸의 칼날’, ‘도쿄 리벤저스’, ‘포켓몬스터’ 등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책받침, 클리어파일, 포스터 등이 있죠.
그런데 대체 평면 상품이 어떻게 가샤폰 자판기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플랫가샤폰이 나오려면 기존 자판기와는 달리 가로폭이 넓은 출구가 필요하잖아요. 자세히 보면 플랫가샤폰은 자판기 하단이 아니라 상부의 길쭉한 틈새에서 나와요. 핸들을 돌려서 서서히 제품이 나오면, 사람이 상품을 케이스에서 빼내는 구조죠. 이때 캡슐 기능을 하는 케이스는 별도로 없고요.
플랫가샤폰 전용 자판기의 작동 방식은 단순해 보이지만 개발 기간은 약 2년이나 걸렸어요. 내부에서는 ‘테스트 판매를 반복해 겨우 상품화를 실현시켰다’고 평하죠. 상품을 케이스 바깥으로 빼내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케이스 내부에 상품을 너무 많이 쌓아두면 본체가 무거워진 나머지 바깥으로 잘 나오지 않기도 하고, 손잡이는 돌리는 힘만으로 상품을 빼내는 게 쉽지 않았죠. 또, 각기 두께와 크기가 다른 상품을 하나의 기계에서 나오게 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여러 번 거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가샤폰을 개발한 이유는 명확했어요. 캡슐 토이가 붐이 되면서 반다이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서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상품 개발에 도전해서 차별화를 도모하고자 했죠. 특히 캡슐 토이 업계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고객에게 놀라움, 설렘, 재미를 줄 필요가 있었어요.
이 밖에도 가샤폰 자판기는 계속해서 기계의 진화를 이끌고 있어요. 캐시리스 결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자 화폐나 QR 코드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스마트 가샤폰’을 만든 것처럼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지불 방식도 다양해진 만큼, 이제는 수중에 동전이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가샤폰 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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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진화에 방점을 찍는 것은 미래의 가샤폰이라 불리는 ‘가샤폰 오디세이(GASHAPON ODESSEY)’예요. 가샤폰 오디세이는 높이가 2.1m, 폭이 2m나 될 만큼 그 크기가 거대한데요. 정면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가샤폰과는 달리 3.9평방 미터의 3D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어요. 기계 중앙에 있는 커다란 핸들을 돌리면 디스플레이 속 영상도 바뀌죠. 무슨 내용이 흘러 나오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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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는 가샤폰 오디세이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인 ‘MATERIALS of the EARTH’를 제작했어요. 이 콘텐츠에는 5개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기계에 돈을 넣고 몇 분 동안 핸들을 조작하다 보면 영상 속에서 문을 열거나 물질을 서로 섞을 수도 있죠. 체험형 콘텐츠가 다 끝나고 나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캡슐에 담겨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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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샤폰 자판기와 같은 판매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 판매 인프라의 변화에 따라 상품 기획의 폭도 넓어지기 때문에, 가샤폰 팬 여러분은 물론, 지금까지 가샤폰을 접할 수 없었던 분에게도 보다 큰 꿈이나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가라시 타츠시 벤더 사업부 사업개발, 반다이 공식 홈페이지 중에서
반다이에서는 가샤폰이 미래에 진화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이를 최신의 기술을 사용해 미리 구현했어요. 때로는 납작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3D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가샤폰을 보고 있으면, 캡슐토이의 변주에 한계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설렘과 체험까지 판매하는 캡슐 토이
반다이의 캡슐토이 브랜드 가샤폰은 지난 2022년, 출시 45주년을 맞았어요. 일본 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다이는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시부야역에 특별한 가샤폰 자판기를 하나 설치했는데요. 설치된 자판기 위에는 ‘이것의 이름은?’ 이라는 문장이 쓰여있었어요. 사람들이 자판기를 돌려보면 그 안에서 ‘가샤폰’이라고 적혀 있는 열쇠고리가 나왔죠. 점유율 1위인 브랜드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Dentsu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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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는 45주년을 가샤폰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고자 했어요. 그래서 가샤폰의 인지도 조사부터 시행했는데, 일본 전국 47개 도도부현에서 ‘가샤폰’의 인지도가 4%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반다이만의 캡슐토이를 가리키는 ‘가샤폰’이라는 오리지널 브랜드를 대중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이런 체험형 광고에 나섰던 거예요.
“우리가 팔고 있는 것은 상품만이 아닙니다.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찾으러 가는 설렘이나,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두근거림, 손잡이를 돌리면 상품이 나온다는 판매 방법까지 체험의 일환으로 제공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광고 전에 가샤폰을 설치하고 실제로 가샤폰을 돌릴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면 즐겁게 가샤폰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세야 토모코 벤더 사업부, PR GENIC 인터뷰 중에서
가샤폰을 통해 설렘과 체험까지 판매하고 있는 반다이는 앞으로도 ‘캡슐’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않고 도전을 이어나가고자 해요. 사이즈든, 모양이든, 기계든 모든 방면에서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상상을 뛰어 넘으면서요. 역사는 반 세기 가까이 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가샤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확인이 필요하다면 가샤폰 백화점에 주기적으로 들러보세요.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니까요.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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