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이 비치는 호주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닷가예요. 초승달 모양의 모래사장은 1년 내내 서퍼들이 가득하고, 해변 주변에는 여유롭고 아름다운 카페, 바, 부티크 숍이 즐비하죠. 그리고 여기를 더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이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서 깊은 바다 수영장, ‘본다이 아이스버그 클럽(BIC)’이에요.
그런데 수영장이면 수영장이지, 왜 ‘바다’가 붙냐고요? 본다이 해변의 바닷물이 차올라 자연스럽게 수영장의 물을 채워주기 때문이에요. 이 수영장을 본다이 배스라고 부르는데, 바다와 이어지는 절경 덕에 보테가 베네타, 아디다스, 넷플릭스 같은 기업의 마케팅 창구로 활용되기도 하고, 패션 런웨이, 뷰티 행사, 브랜드 런칭쇼의 무대가 되기도 해요.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절경으로 유명한 포토 스팟 아니야?’ 싶을 수 있지만, 천만에요. BIC는 1929년부터 수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준 종교에 가까운 강력한 커뮤니티예요. 100년 가까이 수많은 사람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불러들이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핫한 바다 수영장 인플루언서. 이 신비한 공간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있는 걸까요?
본다이 아이스버그 클럽 미리보기
• 바다 수영장 클럽의 일원이 된다는 것
• 수영장을 넘어서 커뮤니티로
• 잿빛 현실을 장밋빛 미래로 바꾼, 광고업계의 대부
• 본다이 배스의 화려한 상업적 변신
• 바다 수영장에 찰랑거리는 ‘선한 영향력’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를 아시나요? 화장품 방문 판매원에서 화려한 셀럽으로 거듭난 인물이 셀럽들의 실체를 폭로하며,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추리물이에요. 하루아침에 등장한 슈퍼스타,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팔로워 수, 그리고 그에 따라 서열이 달라지는 셀럽들의 이야기가 공감과 흥미를 자극하며 한국 콘텐츠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죠.
그런데 드라마에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 더 씬이 등장해요. 마케팅 에이전시의 존재예요. 이들은 아이돌을 육성하듯 의도적으로 인플루언서를 키워요. 아이돌 시스템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오롯이 자신들의 재능과 매력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아이돌과 달리 수천 개의 가계정을 운영한다는 것. 드라마에선 이들이 좋아요와 댓글, 팔로워를 조작하고, 자신들이 키우는 ‘프린세스’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까지 좌지우지하죠.
ⓒBondi Icebergs Club
‘셀러브리티’는 SNS 세상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둠의 경로를 극단적으로 폭로한 드라마예요. 하지만, 사실 셀러브리티, 인플루언서라는 단어 자체는 긍정의 의미에 가까워요. 유명 인사이자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란 뜻이니까요. 이처럼 드라마가 그린 인플루언서의 대척점에는, 자연스럽고 순수하며 긍정적인 방식으로 ‘K’를 달고 있는 인플루언서들도 많이 존재해요. 그리고 그 인플루언서 중엔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죠. 오늘 여행해볼 바다 수영장 ‘본다이 아이스버그 클럽(Bondi Icebergs Club, 이하 BIC)’도 그중 하나예요.
ⓒBondi Icebergs Club
성인용 풀장 옆에는 어린이용 풀장이 있어요. BIC는 호주에서 가장 큰 주니어 동계 수영 클럽이기도 해요. ⓒ시티호퍼스
BIC는 시드니에서 7km, 차로 30분 거리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어요. 올림픽 규모의 랩 수영장을 갖춘,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이센스를 받은 바다 수영 클럽이죠. 그런데 왜 ‘바다’ 수영이냐고요? 인접한 본다이 해변의 바닷물이 차올라 자연스럽게 수영장을 형성해주거든요. 이 풀장의 이름은 ‘본다이 배스’. 호주 NSW(New South Wales) 유산법에도 등재돼 있죠. 겨울철에도 비교적 온화한 호주의 날씨 덕에 수영장은 1년 내내 운영되고, 바닷물은 가열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밀물과 썰물처럼 BIC의 배스를 순환해요.
이런 독특한 배스 덕에 BIC에는 수식어가 하나 더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수영장’이에요. 모델, 스포츠 스타 등의 셀럽이 단골이 되고 패션쇼와 뷰티 행사의 무대가 되기도 하죠. BIC 로고가 새겨진 수영모와 수영복은 ‘인싸 아이템’으로 유명하고요. 심지어는 아무 관련없는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에 #bondiicebergs 해시태그를 달고 자사의 수영복을 판매하기도 해요.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BIC는 SNS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뽐내는 수단이자 확실한 판매 보증수표로 인정받고 있어요.
BIC의 연간 방문자는 14만명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SNS를 등에 업고 유명해진 반짝 스타가 아니에요. 오히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광을 등에 업고, 1929년부터 ‘자유와 도전정신, 커뮤니티의 결속’에 대한 사회적 열망이 키운 유서 깊은 인플루언서에 가까워요. 무슨 소리냐고요? 지금부터 세계 최고이자 최초의 인플루언서가 된 바다 수영장 속으로 빠져볼까요?
바다 수영장 클럽의 일원이 된다는 것
일일권을 끊는 것 외에 본다이 아이스버그 클럽을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예요. 소셜 회원이 된다. 혹은 수영(swimming) 회원이 된다. 모로 가든 BIC의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는 소리예요. 소셜 회원이 가벼운 느낌의 멤버십이라면, 수영 회원이 되기 위해선 좀 더 본격적이고 의식적인 의무가 따르죠. 이를 살펴볼게요.
소셜 회원은 1년에 25호주달러(약 2만원)의 입회비를 내고, 일일권을 끊는 사람과 동일하게 방문 시마다 9호주달러(어린이의 경우 6호주달러)에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어요. 혜택은 클럽 내 모든 식음료 메뉴가 10% 할인된다는 점이에요. 목요일 밤마다 열리는 회원 전용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죠.
반면 수영 멤버십은 연간 550호주달러(약 48만원)의 비용을 내야 해요. 식음료 10% 할인, 회원 전용 행사 참여 혜택도 똑같이 적용되지만, 1년 동안 수영장과 사우나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요. 언뜻 550호주달러가 비싼 것 같지만 일주일에 2번 수영장을 이용한다고 가정하고 일일권으로 계산하면 1년 동안 936호주달러(약 80만원)가 들기 때문에 BIC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영 멤버십을 끊는 게 유리해요.
회원이 아닌 사람도 9달러에 신분증(여권)만 제시하면 입장이 가능해요. 소셜 회원은 수영 요구 사항이 없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그런데 수영 멤버십의 경우 비용만 지불한다고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사실 BIC의 수영 회원 되기는 만만하지가 않아요. 호주의 겨울철인 5~9월 사이, 한 달 4번의 일요일 중 최소 3번 이상을 BIC에서 수영해야 하거든요. 자그마치 5년 동안 말이에요. 5년간 최소 75번의 수영을 하겠다는 서약을 작성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사유서를 제출해야 해요. 제출 기회를 두 번 어기면 회원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어요. 그뿐 아니라 현 회원 두 명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물에 뛰어드는 입회식 날에는 그중 한 명을 꼭 동반해야 해요.
본다이 아이스버그 클럽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호주 29대 총리 맬컴 턴불도 이 서약을 작성했어요. 그러나 일요일 수영을 너무 많이 빠지는 바람에 임기 중에는 회원이 되지 못했죠. 한 마디로 BIC의 수영 회원은 누구나 동등하게 대우하는 ‘모두의 동아리’인 셈이죠. 프로 선수든, 한 나라의 대통령이든 상관없이 모두에게 공평한 자격과 의무를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수영장을 넘어서 커뮤니티로
이렇게 엄격한 규칙을 고수하는 이유, 대체 왜일까요? BIC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시간을 거꾸로 돌려 1929년으로 가보죠. BIC의 시작은 호주 최초의 인명 구조대 ‘본다이 라이프 세이빙 클럽’ 구조원들의 겨울 훈련장이었어요. 구조원들은 엄격한 훈련을 고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선출하고, 정해진 훈련을 어기면 서면 사유서를 작성하거나 제명하는 등의 규칙을 만들었죠. 바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BIC의 ‘15B 규칙’, 앞서 살펴본 그 규정이에요.
1930년대 BIC의 회원들 ⓒBondi Icebergs Club
그런데 남쪽 해변가 절벽에 자리한 구조원들의 훈련장인 본다이 배스가 현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가 너무도 아름다웠던 거죠. 구조원뿐 아니라 지역민과 전현직 수영 선수들에게도 개방하고, 그들이 회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BIC는 점차 거대한 커뮤니티 조직으로 변해 갔어요. 그 결과 현재 BIC의 총 회원은 6,300여 명을 기록하고 있어요. 소셜 회원이 5,200명, 수영 회원은 1,100명 정도죠.
1980년 51회 수영 시즌에서 엄을덩어리를 던지는 모습. ⓒRobert Pearce
ⓒJustin Lloyd
깊은 전통과 규칙을 토대로 하는 만큼, BIC 회원들에게는 자신들을 하나로 묶는 유대가 있어요. 회원들은 서로를 ‘아이스버그’라고 부르고, 겨울 수영 시즌이 시작되는 날에는 지구력을 시험하기 위해 큰 얼음덩어리를 움켜쥐고 수영장에 뛰어드는 전통을 수십년째 지키고 있어요. 1931년부터 시작한 40m 예선에서 1등을 차지한 사람에게 닭을 주는 전통은, 시간이 흘러 위층 레스토랑에서 치킨과 샐러드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죠. 아이스버그들은 이를 ‘치킨 수영’이라고 불러요.
혹자는 아이스버그들의 커뮤니티가 교회와 같다고 말해요. 어린이부터 91세 최고령 수영 회원까지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고 그가 누구든 환대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에요. 아무도 나이나 사회적 지위를 의식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물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 그러면서 후회없이 수영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연결돼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열정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강력한 전염성이 있기 마련이죠.
ⓒBondi Icebergs Club
BIC의 정신을 이루고 있는 또 한 가지가 있어요. 70대도, 20대도 누구라도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훌륭한 수영 선수가 될 필요도 없어요.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충분하죠. 24번의 겨울 동안 16도의 수온을 견디고 50m 수영장을 수영한 한 아이스버그는, 2019년에 75세 이상 부문에서 마침내 호주 자유형 챔피언에 올랐어요. 누구나 하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이처럼 BIC의 영향력은 본다이 배스의 벽을 강하게 때리고 수영장에 차오르는 파도처럼, SNS 이전부터 현실 세계를 적셔오고 있었어요.
잿빛 현실을 장밋빛 미래로 바꾼, 광고업계의 대부
그렇다면 이제 본다이 아이스버그 클럽을 자세히 둘러볼까요? BIC는 바다 수영장과 함께 몇 가지 편의 시설을 제공해요. 한증막 사우나, 요가와 스파, 마사지를 해주는 바디 스팟, 그리고 최고의 헬스 트레이너 진으로 무장한 짐과 고급 요리와 함께 멋진 장관을 선사하는 레스토랑까지.
재개발되기 이전인 1990년 BIC ⓒSteven Siewert
본다이 배스만 달랑 있던 BIC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2000년대 초반이었어요. 사실 그 직전까지 BIC의 미래는 장밋빛이 아니었죠. 콘크리트 암*이 발견되면서 철거까지 논의되고 있었어요. 이때 광고업계의 대부 존 싱글턴이 등장했어요. 그는 콘크리트 암으로 가득찬 건물을 완전히 재건하겠다고 약속하면서 1,000만호주달러(87억원)를 기부했어요.
*콘크리트 암: 알칼리 골재 반응의 일종으로, 시멘트의 금속 성분과 골재의 산화물이 장기간 수분에 반응해 콘크리트의 균열을 야기하는 현상
리노베이션을 거친 BIC는 2002년에 새로운 4층짜리 건물로 태어나게 돼요. BIC의 쓰임과 역사적 흐름이 바뀌어버린 순간이었죠. 다양한 시설이 수영장 안으로 들어오고 최상층에 자리한 다이닝 룸 앤 바가 인기를 얻으면서, 대출금을 최종 만기일의 절반도 안 되는 시점에 모두 상환하게 됐어요.
그렇게 새롭게 둥지를 튼 수영 시설, 짐, 레스토랑은 호주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해요. 수영 코치는 올림픽 선수 출신 닐 로저스가 맡고 있고, 2019년에 문을 연 BIC 짐의 트레이너 팀은 화려한 이력을 선보여요. 호주 주요 언론사가 선정한 2020년 시드니 최고의 개인 트레이너, 산전 및 산후 전문 트레이너, 국제 스포츠 및 피트니스 협회 코치 등이 포진해 있죠. ‘모두를 위한 클럽’답게 70세 이상을 위한 그룹 트레이닝도 볼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Bondi Icebergs Club
ⓒBondi Icebergs Club
다이닝 룸 앤 바는 현대 이탈리아 요리에 호주 제철 농산물을 활용해 최고의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비스트로예요. 계절에 따라 칵테일이 바뀌고 세계 각국의 와인 리스트가 있어 취향에 맞는 술을 골라 마실 수 있죠. 하지만 이 레스토랑의 묘미는 맛있는 음식과 술이 아니라, 본다이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상징적인 절벽 위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경험 그 자체예요. 그래서 다른 용도로도 많이 쓰이죠. 뛰어난 절경을 배경으로 결혼식, 기업 행사, 브랜드 런칭쇼의 무대가 되고 있거든요.
본다이 배스의 화려한 상업적 변신
바다를 기반으로 한 이 ‘수영장 복합 단지’는 인플루언서만을 끌어들인 게 아니에요. 본다이 배스의 매력과 가치를 알고있는 기업들도 한껏 입장시키고 있죠. 위스키 브랜드 짐빔은 BIC의 배스 전체를 짐빔을 위한 ESKY로 만든 바 있어요. 이름하여 세계에서 제일 큰 자이언트 ESKY! 참고로 ESKY는 호주에서 아이스박스의 동의어로 통할 만큼 유명한 호주의 보냉기 브랜드예요.
ⓒBondi Icebergs Club
구조물을 건설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고 약 200만 리터의 물, 500개가 넘는 거대한 얼음 조각이 필요했어요. 수영장은 거대한 캔들 사이에서도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세팅돼 물 속에서도 거대한 짐빔을 쉽게 잡고 놀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줬죠.
ⓒBondi Icebergs Club
ⓒTyrone Lebon
ⓒBondi Icebergs Club
최근에는 마고 로비 주연의 영화 ‘바비’를 홍보했어요. ⓒBondi Icebergs Club
이외에도 본다이 배스는 보테가 베네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타이드랜드’의 광고판이 되기도 했어요. 대담한 TV 광고나 인플루언서를 통한 광고보다는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저비용의 파격적인 게릴라식 마케팅의 일환이었어요. 특히 넷플릭스는 그들만의 게릴라식 마케팅으로 유명한데, 본다이 배스가 찰떡궁합의 마케팅 창구가 되어줬죠.
이처럼 BIC는 마케팅 창구로서의 매력이 크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바닷물을 담고 있다는 상징성도 커요. 즉, 본다이 배스의 영향력과 특별함을 기반으로, 상업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기에도 제격이란 소리예요.
ⓒBondi Icebergs Club
대표적인 예는 아디다스의 신제품 홍보였어요. 2019년, 아디다스는 재활용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테니스 의류와 신발을 홍보하기 위해 본다이 배스를 오픈 코트로 만들었어요. 그해 실제 호주 오픈에서는 선수들이 이 의류를 입고 경기를 뛰었죠. 아디다스는 일찍이 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선언한 브랜드 중 하나예요.
ⓒBondi Icebergs Club
식기세척기 브랜드 피니시도 물 절약 습관을 장려하기 위해 BIC와 손을 잡았어요. 본다이 배스의 물을 모두 비운 뒤, 사라진 물을 가뭄으로 허덕이는 농촌 지역사회에 기부한다는 캠페인을 벌였죠. 호주는 매해 산불을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건조한 나라지만 1인당 연간 평균 물 사용량은 10만리터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담수 소비국이에요. 식기 세척기를 통해서는 연간 200억리터의 물을 사용하죠. 피니시는 물을 아껴쓰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바다 수영장과 브랜드 파워를 활용한 거예요.
바다 수영장에 찰랑거리는 ‘선한 영향력’
본다이 아이스버그 클럽의 사회적 영향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전쟁을 피해 호주로 건너온 2,000여명의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위해 무료로 수영 수업을 진행하고, 추가 지원을 위한 기부를 홈페이지에서 모금 중이죠. 성 소수자들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발렌타인 데이에 50m 길이의 수영장 레인 8개를 무지개 색으로 바꿔놓았어요. 그리고 여기에 “사람들은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레인에서 수영해야 합니다.”라는 포용의 메시지를 담았죠. 암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자선 수영 경기를 열기도 하고, 2019년부터는 본다이 아이스버그 보조금 프로그램을 도입해 비영리 단체와 함께 기부금을 모으고 있어요.
ⓒBondi Icebergs Club
그러고 보면 BIC의 시작점도 이런 ‘선한 영향력’과 다르지 않았어요. 엄격한 훈련과 추방 규칙 모두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구조원들의 숭고한 직업의식에서 출발했으니까요. 지금은 6,000명이 넘는 회원으로부터 적지 않은 금액을 받고 짐과 레스토랑 등을 통해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요. BIC의 영혼과 본질에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사랑이 깃들어 있는 것이죠.
ⓒBondi Icebergs Club
BIC는 해가 갈수록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며 본다이 해변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어요.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 스팟이라는 점도 한몫하지만, 이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더 큰 이유는 1929년부터 시작된 선한 마음이 여전히 생생히 살아숨쉬기 때문일 거예요. BIC는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세계 최초의 바다 수영장 인플루언서예요.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커뮤니티, 바다와 함께하는 경이롭고 자유로운 삶, 인생에 대한 모험심,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키운 공공재 같은 인플루언서 말이에요.
Reference
• 'Bondi Icebergs' Instagram Hashtag Reveals Little Known Australian Obsession, DMARGE
• Iconic Bondi Icebergs dives into a proud new era, The Telegraph
• Icebergs club still cool after nine decades, Sydney Morning Herald